서쪽으로 다섯 걸음 -전동균
2011.11.13 03:10
얼굴에 재를 칠하고 서쪽으로 다섯 걸음 가서 나뭇가지에 흰 띠를 묶었네 당신 뼈를 묻었네 내 팔은 내 몸에 있으나 당신의 것 내 노래는 내 목젖에 잠겨 있으나 또한 당신의 것 유월에, 유월 까마귀 소리에 열매 같은 속꽃을 피워 출렁대는 무화과 그늘 천리(千里) 마음을 다해도 갈 수 없는 곳이 있으니, 여기 무심한 듯 가지를 흔드는 나무에게도 꽃은 유곽이며 감옥이니 땅의 흙들이 고개를 쳐들어 아아― 입을 벌리고 붉은 실들이 안개처럼 풀려나오고 다시 서쪽으로 다섯 걸음 가서 머리털을 잘라 불태웠네 새끼 밴 암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목을 베었네 춤을 추듯이, 나비춤을 추듯이 1962년 경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 당선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거룩한 허기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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