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통로 -박지웅
2011.11.13 03:22
개한테는 개줄이 미로인 것이다 라일락나무에 개를 묶고 나는 개줄 바깥에 앉아 어린 개가 미로 속을 도는 것을 보았다 길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자 개는 미로에 갇힌 것을 알았다 길들여진 개는 밥그릇과 나무를 오가며 제게 주어진 길을 걸었다 그 개가 한번 미로를 빠져나온 것을 보았다 목줄 풀린 개들은 왜 하나같이 쥐약을 먹고 돌아올까요? 힘껏, 힘껏 달리면 죽음을 추월할 수 있을까요? 나는 봉당에 서서 발만 동동 굴리고 지팡이를 따라 돌리며 외할머니는 통로를 읽고 있었다 눈깔 뒤집힌 흰둥이 자꾸자꾸 돌던 옛집 마당 개줄을 개 끌듯이 끌고 한바탕 달린 뒤 개줄 바깥에 드러누워 흰둥이는 마지막 오줌을 길게 길게 누었다 건넛산 나무숲에 달이 하나 생겼다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추계 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중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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