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안도현
2006.01.18 07:12
풀숲에 호박이 눌러앉아 살다 간 자리같이
그 자리에 둥그렇게 모여든 물기같이
거기에다 제 얼굴을 가만히 대보는 낮달과도 같이
안도현(1961~) ‘적막’전문
호박을 따고 난 자리가 풀숲에 남아있다. 실상이 사라진 움푹 패어있는 흔적, 그리고 그 자리에 흘러드는 물, 그 고인 물에 비쳐드는 낮달, 참으로 아름다운 고요가 흐르고 있는 시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조용히 바쁠 뿐 결코 외로운 존재는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는 우주 생성의 신비이다. 적막이란 이러한 것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인간의 한계에 있는 것이리라.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이 아침의 시>2005년 7월12일자
그 자리에 둥그렇게 모여든 물기같이
거기에다 제 얼굴을 가만히 대보는 낮달과도 같이
안도현(1961~) ‘적막’전문
호박을 따고 난 자리가 풀숲에 남아있다. 실상이 사라진 움푹 패어있는 흔적, 그리고 그 자리에 흘러드는 물, 그 고인 물에 비쳐드는 낮달, 참으로 아름다운 고요가 흐르고 있는 시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조용히 바쁠 뿐 결코 외로운 존재는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는 우주 생성의 신비이다. 적막이란 이러한 것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인간의 한계에 있는 것이리라.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이 아침의 시>2005년 7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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