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조옥동

더위가 깨지고 하늘도 지붕도 깨졌다
영원한 무표정의 얼굴
침묵조차 깨트리고 무슨 간절함
파열하여 첨탑의 종소리 끌며 퍼져 가는 가
날카로운 입술 푸른 피를 흘린다

투명한 가슴에 숨어 있던 낮과 밤의
조밀한 치열이 들떠 흔들리고 잇몸사이로
바깥세상 바람소리 새어 드는데
매끈했던 보호막은 허세를 꾸겨 들고
창 너머 풍경을 주름 잡아
끝 모를 허공 창틀에 걸어 놓았다

절망으로 쌓은 단절의 벽
한 번쯤 그리 깨지면 귀 구멍 수 없이 뚫려
내 밖의 소리 들리게 되고
마음의 상처 꿰매던 바늘로 이 세상 흠집 곱게 누벼 접는
눈 속 모세혈관 타고 내리는 밤하늘 별빛도
눈시울 적시며 가슴으로 실핏줄 긋겠지

그 앞을 지나며
꼭 눌린 마개를 열어 무의식의 病 쏟아 버린 후
파르르 바삭하게 깨어지고 싶다
유리창 너머 스치는 것마다 깨졌다가 되살아 나 듯
아름답게 깨어지는 연습을 한다

햇살이 물살 진 얼굴에 볼우물 하나 깊게 패여
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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