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6년 9-10월호
2006.09.16 11:14
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조옥동
더위가 깨지고 하늘도 지붕도 깨졌다
영원한 무표정의 얼굴
침묵조차 깨트리고 무슨 간절함
파열하여 첨탑의 종소리 끌며 퍼져 가는 가
날카로운 입술 푸른 피를 흘린다
투명한 가슴에 숨어 있던 낮과 밤의
조밀한 치열이 들떠 흔들리고 잇몸사이로
바깥세상 바람소리 새어 드는데
매끈했던 보호막은 허세를 꾸겨 들고
창 너머 풍경을 주름 잡아
끝 모를 허공 창틀에 걸어 놓았다
절망으로 쌓은 단절의 벽
한 번쯤 그리 깨지면 귀 구멍 수 없이 뚫려
내 밖의 소리 들리게 되고
마음의 상처 꿰매던 바늘로 이 세상 흠집 곱게 누벼 접는
눈 속 모세혈관 타고 내리는 밤하늘 별빛도
눈시울 적시며 가슴으로 실핏줄 긋겠지
그 앞을 지나며
꼭 눌린 마개를 열어 무의식의 病 쏟아 버린 후
파르르 바삭하게 깨어지고 싶다
유리창 너머 스치는 것마다 깨졌다가 되살아 나 듯
아름답게 깨어지는 연습을 한다
햇살이 물살 진 얼굴에 볼우물 하나 깊게 패여
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조옥동
더위가 깨지고 하늘도 지붕도 깨졌다
영원한 무표정의 얼굴
침묵조차 깨트리고 무슨 간절함
파열하여 첨탑의 종소리 끌며 퍼져 가는 가
날카로운 입술 푸른 피를 흘린다
투명한 가슴에 숨어 있던 낮과 밤의
조밀한 치열이 들떠 흔들리고 잇몸사이로
바깥세상 바람소리 새어 드는데
매끈했던 보호막은 허세를 꾸겨 들고
창 너머 풍경을 주름 잡아
끝 모를 허공 창틀에 걸어 놓았다
절망으로 쌓은 단절의 벽
한 번쯤 그리 깨지면 귀 구멍 수 없이 뚫려
내 밖의 소리 들리게 되고
마음의 상처 꿰매던 바늘로 이 세상 흠집 곱게 누벼 접는
눈 속 모세혈관 타고 내리는 밤하늘 별빛도
눈시울 적시며 가슴으로 실핏줄 긋겠지
그 앞을 지나며
꼭 눌린 마개를 열어 무의식의 病 쏟아 버린 후
파르르 바삭하게 깨어지고 싶다
유리창 너머 스치는 것마다 깨졌다가 되살아 나 듯
아름답게 깨어지는 연습을 한다
햇살이 물살 진 얼굴에 볼우물 하나 깊게 패여
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99 | 뱀 -이브 1- | 이윤홍 | 2006.09.19 | 23 |
2098 | 해 | 안경라 | 2006.09.19 | 20 |
2097 | 적막 | 오영근 | 2006.09.19 | 56 |
2096 | 우리 집 막둥이 | 정찬열 | 2006.09.17 | 171 |
2095 | 보랏빛 고구마 | 백선영 | 2006.09.16 | 82 |
» | 깨진 유리창이 웃는다 ---- <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6년 9-10월호 | 조만연.조옥동 | 2006.09.16 | 193 |
2093 | 까치밥 | 정용진 | 2006.09.16 | 38 |
2092 | 흔적(痕迹) | 정용진 | 2006.09.15 | 34 |
2091 | 목이 뻣뻣한 나무 심기 | 김영교 | 2006.09.07 | 29 |
2090 | 기도원에서 | 안경라 | 2006.09.06 | 34 |
2089 | 영원한 삶에의 묵상-19 | 오영근 | 2006.09.06 | 50 |
2088 | 온실 | 오연희 | 2006.09.06 | 32 |
2087 | 사랑이 오염되다 | 오연희 | 2006.09.06 | 36 |
2086 | 주춤, 머뭇거려지는 순간 | 노기제 | 2006.09.06 | 23 |
2085 | 길 떠나는 그대 | 유은자 | 2006.09.05 | 28 |
2084 | 포도의 삶 | 정문선 | 2006.09.05 | 28 |
2083 | 꼭두각시 | 박정순 | 2006.09.03 | 28 |
2082 | 파도타기 | 장태숙 | 2006.09.02 | 28 |
2081 | 돌아오지 않는 친구 | 박경숙 | 2006.09.02 | 59 |
2080 | 사랑한다는 것은 | 유은자 | 2006.09.01 |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