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거림에 대하여
2006.10.11 09:56
뭉클거림에 대하여/오연희
아침 출근 길
차 문을 열려다
발에 느껴지는 물컹한 감촉에
뒷걸음쳤다
발바닥에서 전해오는
더 두툼한 생명의 뭉클거림
비명을 질렀다
흩어진 한 무더기
접합만 하면 숨을 몰아 쉴 듯 싱싱한 내장과 살
그 오싹한 기분이
종일 몸에 붙어 다녔다
처참한 마지막을 맞았을 다람쥐
나무 담벼락과 거대한 상수리나무
땅을 딛어야만 부지할 수 있는 것들을
희롱하듯 누비던
그 빛나던 생명의 곡예가 떠 오른다
해질녘
뒷마당에 뒹굴고 있는 꼬리 위로
뭉클거림의 넋이
살랑대고 있다
미주문학 2006 겨울호.
* 조정권시인의 작품평:
이 시는 아침 출근길에 자동차 키를 돌리려는 순간 발길에 밟힌 다람쥐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시인은 시 속에 암시하고 있지만 밟고 밟히는 것들의 운명을 떠 올린다.
시인이 지금 뜻 없이 밟아버린 다람쥐, 그 생명의 물컹거림. 시인은 말하자면 가해자이다. 동물의 수난에 시인은 동정을 아끼지 않는다.
시인은 처지를 바꾸어 오싹했던 기분이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신도 이 거대 문명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수난을 겪지나 않을까 불안하다. 오싹함을 느낌다는 것, 가해와 피해의 물고 물리는 교차와 반복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차가운 삶의 세태가 아닌가.
이험한 실상은 심성이 고운 이민자의 마음속에 피해의식과 강박의식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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