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거림에 대하여

2006.10.11 09:56

오연희 조회 수:52 추천:3

뭉클거림에 대하여/오연희 아침 출근 길 차 문을 열려다 발에 느껴지는 물컹한 감촉에 뒷걸음쳤다 발바닥에서 전해오는 더 두툼한 생명의 뭉클거림 비명을 질렀다 흩어진 한 무더기 접합만 하면 숨을 몰아 쉴 듯 싱싱한 내장과 살 그 오싹한 기분이 종일 몸에 붙어 다녔다 처참한 마지막을 맞았을 다람쥐 나무 담벼락과 거대한 상수리나무 땅을 딛어야만 부지할 수 있는 것들을 희롱하듯 누비던 그 빛나던 생명의 곡예가 떠 오른다 해질녘 뒷마당에 뒹굴고 있는 꼬리 위로 뭉클거림의 넋이 살랑대고 있다 미주문학 2006 겨울호. * 조정권시인의 작품평: 이 시는 아침 출근길에 자동차 키를 돌리려는 순간 발길에 밟힌 다람쥐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시인은 시 속에 암시하고 있지만 밟고 밟히는 것들의 운명을 떠 올린다. 시인이 지금 뜻 없이 밟아버린 다람쥐, 그 생명의 물컹거림. 시인은 말하자면 가해자이다. 동물의 수난에 시인은 동정을 아끼지 않는다. 시인은 처지를 바꾸어 오싹했던 기분이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혔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신도 이 거대 문명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수난을 겪지나 않을까 불안하다. 오싹함을 느낌다는 것, 가해와 피해의 물고 물리는 교차와 반복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차가운 삶의 세태가 아닌가. 이험한 실상은 심성이 고운 이민자의 마음속에 피해의식과 강박의식을 심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19 가을바람 정용진 2006.10.28 50
2418 인사동에 어둠이 내리면1 전지은 2006.10.23 53
2417 낙타와 상인 6 한길수 2006.10.27 63
2416 정용진 2007.01.24 53
2415 단순한 앎에 대하여 김영교 2006.10.25 64
2414 어머니 권태성 2006.10.25 50
2413 길이 되는 사람 정찬열 2006.10.24 48
2412 허수아비 정용진 2007.01.05 49
2411 인사동에 어둠이 내리면3 전지은 2006.10.23 47
2410 인사동에 어둠이 내리면2 전지은 2006.10.23 54
2409 녹차 안경라 2006.10.23 43
2408 영상편지 장태숙 2006.10.18 46
2407 활주로(토장 맑은 울림) 김영교 2006.10.16 50
2406 삼키는 눈물/ 석정희 석정희 2006.10.16 44
2405 출가 외인 정문선 2006.10.15 45
2404 죽어도 죽지 않으려고 이윤홍 2006.10.12 50
» 뭉클거림에 대하여 오연희 2006.10.11 52
2402 대추를 따며 오연희 2006.10.11 44
2401 우체통 앞에서 오연희 2006.10.11 49
2400 고추 밭 이윤홍 2006.10.10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