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를 따며
2006.10.11 09:54
대추를 따며/오연희
"삼계탕 해물때 꼭 넉커래이”
엄마가 챙겨준 한국 대추
삶아 빤 수건으로 한알한알
먼지를 닦아내며 즐거워 하시던
엄마 손길이 조글조글하다
약제에 들어가는 대추도 조글조글
연두빛, 연자주빛, 진자주빛 아무리 탱탱해도
조글거리기 전에는 모두 설익은 줄 알았다
이사 온 우리집 마당의 대추나무 한그루
고개 젖혀 올려다보면
하늘 배경으로 그려진 한 폭의 풍경
탱탱의 정점에 이르면
곧바로 상해버리는 미국대추
수시로 눈맞추다 알았다
서둘러 딴 열매 설익은 얼굴들과 나누면
서로의 마음도 익히고
이국의 가을도 익어간다
속까지 익히지 못해 허전한 날은
삼계탕을 끓인다
대추 너댓 알 집어넣으면
조글조글한 엄마 웃음이 있는
달큰한 고향이 익어간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419 | 가을바람 | 정용진 | 2006.10.28 | 50 |
| 2418 | 인사동에 어둠이 내리면1 | 전지은 | 2006.10.23 | 53 |
| 2417 | 낙타와 상인 6 | 한길수 | 2006.10.27 | 63 |
| 2416 | 손 | 정용진 | 2007.01.24 | 53 |
| 2415 | 단순한 앎에 대하여 | 김영교 | 2006.10.25 | 64 |
| 2414 | 어머니 | 권태성 | 2006.10.25 | 50 |
| 2413 | 길이 되는 사람 | 정찬열 | 2006.10.24 | 48 |
| 2412 | 허수아비 | 정용진 | 2007.01.05 | 49 |
| 2411 | 인사동에 어둠이 내리면3 | 전지은 | 2006.10.23 | 47 |
| 2410 | 인사동에 어둠이 내리면2 | 전지은 | 2006.10.23 | 54 |
| 2409 | 녹차 | 안경라 | 2006.10.23 | 43 |
| 2408 | 영상편지 | 장태숙 | 2006.10.18 | 46 |
| 2407 | 활주로(토장 맑은 울림) | 김영교 | 2006.10.16 | 50 |
| 2406 | 삼키는 눈물/ 석정희 | 석정희 | 2006.10.16 | 44 |
| 2405 | 출가 외인 | 정문선 | 2006.10.15 | 45 |
| 2404 | 죽어도 죽지 않으려고 | 이윤홍 | 2006.10.12 | 50 |
| 2403 | 뭉클거림에 대하여 | 오연희 | 2006.10.11 | 52 |
| » | 대추를 따며 | 오연희 | 2006.10.11 | 44 |
| 2401 | 우체통 앞에서 | 오연희 | 2006.10.11 | 49 |
| 2400 | 고추 밭 | 이윤홍 | 2006.10.10 | 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