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뒷치락
2006.12.13 08:04
엎치락 뒷치락/오연희
학교 운동장 링 위
으르릉거리는 표범처럼 맞붙은 레슬링선수
독이 바짝 오른 짐승의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저거 다아 쇼야” 누군가 수군거렸다
피 터지는 쇼를 보여주고 얻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의 꼬리를 싹둑 자르는
선수들의 괴성과 관중의 환호성
꼭 보고 싶은 장면 어디쯤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꼭꼭 감을수록
비명소리는 더 크고 장면은 더 끔찍했다
하늘까지 침이 튈 것 같은
엎치락 사람들의 쾌재
“이런 게임은 엎치락 뒷치락 하는 거야”
뒷치락 사람들의 어설픈 게임규칙
카타르시스의 절정, 그 쓸쓸한 흥분
싸움터는 더 넓어지고
승자의 어깨에 걸쳐지는 화려한 망또나
패자의 피값이 없어도
무대는 붐빈다
쇼 같기도 하고 진짜 같기도 한 인생 무대
눈을 멀근히 뜨고도 분간이 가지 않는,
어제는 선수가 되고
오늘은 관중이 되어
엎치락 뒷치락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579 | 겨울나무 | 이윤홍 | 2006.12.17 | 43 |
| 2578 | 시간 찾기 | 이윤홍 | 2006.12.17 | 49 |
| 2577 | 마켓주인, 떨다 | 이윤홍 | 2006.12.17 | 51 |
| 2576 | 마리아의 눈물 | 이윤홍 | 2006.12.17 | 62 |
| 2575 | 노인, 그 깊은 그늘 | 이윤홍 | 2006.12.17 | 37 |
| 2574 | 장보는 남자 | 이윤홍 | 2006.12.17 | 47 |
| 2573 | 매일 주고받는 덕담(德談) | 이윤홍 | 2006.12.17 | 47 |
| 2572 | 어느 노숙자의 주검 | 강성재 | 2006.12.16 | 46 |
| 2571 | 순대국 | 장태숙 | 2006.12.16 | 58 |
| 2570 | 가지 | 이윤홍 | 2006.12.18 | 50 |
| 2569 | 바람에 대하여 | 정찬열 | 2006.12.14 | 54 |
| 2568 | 미국 부동산 투자현황과 전망 | 정찬열 | 2006.12.14 | 52 |
| 2567 | 우리들 꿈이고 보람이게 / 석정희 | 석정희 | 2007.02.23 | 52 |
| 2566 | 푸른 룽다 | 신영철 | 2007.01.19 | 43 |
| 2565 | 12월 | 강성재 | 2006.12.13 | 47 |
| 2564 | 깨금발 | 오연희 | 2006.12.13 | 37 |
| 2563 | DMV 풍경 | 정문선 | 2006.12.13 | 51 |
| » | 엎치락 뒷치락 | 오연희 | 2006.12.13 | 63 |
| 2561 | 겨울바람 | 정용진 | 2006.12.13 | 53 |
| 2560 | 여름 달(夏月) | 정용진 | 2007.02.25 | 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