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뒷치락

2006.12.13 08:04

오연희 조회 수:63

엎치락 뒷치락/오연희 학교 운동장 링 위 으르릉거리는 표범처럼 맞붙은 레슬링선수 독이 바짝 오른 짐승의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저거 다아 쇼야” 누군가 수군거렸다 피 터지는 쇼를 보여주고 얻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의 꼬리를 싹둑 자르는 선수들의 괴성과 관중의 환호성 꼭 보고 싶은 장면 어디쯤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꼭꼭 감을수록 비명소리는 더 크고 장면은 더 끔찍했다 하늘까지 침이 튈 것 같은 엎치락 사람들의 쾌재 “이런 게임은 엎치락 뒷치락 하는 거야” 뒷치락 사람들의 어설픈 게임규칙 카타르시스의 절정, 그 쓸쓸한 흥분 싸움터는 더 넓어지고 승자의 어깨에 걸쳐지는 화려한 망또나 패자의 피값이 없어도 무대는 붐빈다 쇼 같기도 하고 진짜 같기도 한 인생 무대 눈을 멀근히 뜨고도 분간이 가지 않는, 어제는 선수가 되고 오늘은 관중이 되어 엎치락 뒷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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