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2007.11.08 10:56

강성재 조회 수:35 추천:5

정화수에 빠진 달을 안고
끄덕머리 하다, 손 모으고
엎드려, 다시
영산(靈山)님, 영산(靈山)님
마침내 돌아 앉아
손마디 뚝뚝 부러뜨리며
아가, 아가

어미 탯줄 끊어
영묘(靈廟)에 제(祭) 올리고
허물어진 초가(草家)
창 틈에 끼인 하늘을,
문풍지 찢어대는
바람 소리 들으며
굳게 닫힌 문틈으로 엿 본 세상
거울속에 나무가 빠지고
잎들이 헤엄을 치고
새들이 햇빛을 쪼아 먹으며
하늘을 날아 오르더라

어린 눈은 잠들고
영원히 잠들지 않는 새 눈이
맹렬한 바람소리를 만들었다


늘어진 버드나무 줄기를
더듬어 오르면
가지 끝 아스라한 하늘
경사진 밤을 딛고 서서
끝없이 수액을 빨아내던
미미한 줄기의 꿈틀거림
달에는 아직도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다는 믿음이
온전히 살아있지 않아도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끝없는 추락과
그 가속으로
몇번이나 까무라쳤던 아픔을
온 몸으로 부딛치며
썩은 새끼줄 하나로도
산을 감아 올릴
그만큼의 맹렬한 발길질로
쩌엉쩡 소리쳐 볼,
산이 머리 숙이고
발 아래 그늘을 만들 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