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보오들레에르 - 유정
2011.12.25 17:35
내 책장의 먼지 속에서 삼십년
그 형형(炯炯)한 눈을 부라리던 당신은
온다 간다 말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눈초리 살펴가며 내가 써온 서정시
배고프다 쓸쓸하다 눈물 섞어 써온 시
그 싯줄 웬일인지 뚜욱 끊어지면서
날로 의아스럽던 당신의 실종(失踪)은
오오 인제 분명하거니 우리 마누라헌테
집 없어 죄 없는 시우(詩友) 박모군이
하룻밤 유숙(留宿) 끝에 밥도 못 얻어 먹고
허이여니 쫓겨나가던 바로 그날부터로구나
보오들레에르 보오들레에르 틀림 없는
나의 손때 익은 얼굴의 당신과
여기 이 고서점 점두(店頭)에서의 이같은 해후(邂逅)!
떨리는 내 얇은 손은을 그러나 그 형형한
눈초리는 흘깃 흘겨보자 한다는 소리가
- 가긍(可矜)한 한국 시인아 넌 또 누굴 꾀차갖고
왔느냐 그 눈물겨운 서정시ㄹ 쓰기 위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8 | 포토 시 - 흐린 풍경 | 서경 | 2022.01.10 | 54 |
147 | 포토 시 - 마지막 잎새 | 서경 | 2022.01.10 | 59 |
146 | 수필 - 빛 속에 싸여 | 서경 | 2022.01.10 | 60 |
145 | 포토 시 - 성벽 | 서경 | 2022.01.15 | 18 |
144 | 포토 시 - 길 떠나는 철새 | 서경 | 2022.01.15 | 58 |
143 | 포토 에세이 - 산너울 | 서경 | 2022.01.30 | 21 |
142 | 포토 시 - 옹기종기 다육이 | 서경 | 2022.01.30 | 48 |
141 | 포토 시. - 창 밖의 너 | 서경 | 2022.01.30 | 26 |
140 | 포토 시 - 남기고 가는 것들 | 서경 | 2022.03.03 | 18 |
139 | 포토 에세이 - 뒷모습 | 서경 | 2022.03.03 | 17 |
138 | 포토 에세이 - 눈의 위로 | 서경 | 2022.03.03 | 16 |
137 | 포토 에세이 - 작가의 봄 | 서경 | 2022.03.06 | 12 |
136 | 포토 에세이 - 하오의 서정 | 서경 | 2022.03.06 | 17 |
135 | 포토 시 - 교황님의 엄지 척! | 서경 | 2022.03.06 | 12 |
134 | 단상 - 쓴 맛의 여운 | 서경 | 2022.03.21 | 13 |
133 | 포토 에세이 - 밤에 내리는 봄비 | 서경 | 2022.03.21 | 24 |
132 | 포토 시 - 11월은… | 서경 | 2022.03.21 | 15 |
131 | 포토 에세이 - 물구나무 선 나무 | 서경 | 2022.03.31 | 11 |
130 | 그림 에세이 - 키다리 아저씨 | 서경 | 2022.03.31 | 16 |
129 | 수필 - 본향으로의 귀환 [2] | 서경 | 2022.03.31 | 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