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시 -여행가방 / 김영교

2017.03.01 16:59

kimyoungkyo 조회 수:116

가출한다

뚱뚱한 몸집이 무게의 부축을 받는다 


벌린 아가리가

필요만 골라  

저 빈 구석까지 쑤셔 넣고는 삼켜버린다 


양 옆구리 눌려 잠궈지면 

치켜 뜬 몸통 손잡이는 

체념한 듯 바퀴 밑에 눕는다 


온 힘을 다해 일어서보면

구르다 멈추고 또 굴러가는 별난 세상을 만난다 


꾸역꾸역 집어 삼킨 뱃속이 편할 리 없어 

비좁은 골목 다른 풍경 지날 때 마다 

토해 낸 하이얀 현기증 

집 한 칸의 꿈이 공중에 떴다 

쿵 착륙, 온 몸이 멍 투성이에 소화불량이다 


감당할 수없는 소음과 인간의 횡포를 털고 

자유 그리고 그 너머 

약속 시간에 뻗어 버릴듯 비틀거리며 

드디어 귀가 


안착의 변기에 제왕처럼 앉아 

입안 먼지 뱉으며 다 배설, 그 시원함이여 


남은 것은 

또 다른 가출의 텅 빈 음모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누구의 여행 가방인가 


마지막 순간 

고요, 그 태초에 비움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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