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Ode to joy,


시인 채희문 그리고 부인 수채화가 이부혜씨는 그들의 금혼기념 시화전집, titled"

아직도 가슴 설레는 반행 50년", 을 최근 publish했습니다.
채희문씨는 60여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으로서 본인이 우리 에게 몇몇 시들을 소개한바 있습니다.

반행을 위한 노래

어차피 우리는
끝까지 같이 가지는 못하네
도중에 헤어지기 마련

그러나 한세상 살며 만나는 동안
되도록 같이 높게 날아 올라
함께 멀리 내다도 좀 보고

천길 깊은 마음에서 출토되는
속 깊은 생각도 주고 받아 보고

비오는 날은 한마음 창가에서
한 빗방울로 축축이 젖어도 보고

눈 오는 날은 목화솜 같은 눈송이로 만나
한 눈사람으로 녹아도 보고

지는 가을 햇빛 뒤돌아 보며 떠나는
가랑잎 하나에도
빈 그릇 가슴되어
한 눈물로 가득 채워도 보고

하여튼 나는
그대가 추운 입술로 떨고 있을 때
그대 앞에 따끈한 차 한 잔이고 싶네

그대가 괴로움에 겨워 잠 못이룰 땐
나는 그대 머리맡에
진한 감로주 한 잔이고 싶네


소슬비/채희문 .


가을 비엔 
우산도 소용없네 
가슴부터 젖으니까 

우수수 지는 나무잎엔 
빗자루도 별 수 없네 
가슴 속 낙엽들은 
그대로 있으니까 

이처럼 속절없이 가을은 가지만 
타오르는 단풍잎처럼 그리움은 남아 
아득한 하늘자락까지 사무치다가 
시나브로 빗물되어 
소슬비로 내리네 

...... 


영원한 아리아/채희문 

샘물처럼 샘솟는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그리움이 
하늘까지 설움처럼 서렸다가 
시도 때도 없이 빗물로 내리나요 

겨울이면 더욱 사무친 사연되어 
하얀 눈꽃으로 내려 쌓이나요 

아, 그런 슬픔의 시간들이 
아, 그런 아픔의 세월들이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가이 없는 바다로 넘쳐 
불러도 불러도 못다 부르는 
천년의 노래가 되나요 

영영 부르고 부르다 죽을 
영원한 사랑의 아리아가 되나요 

...... 

가을 아내 소고 / 채희문 

으레 안에 있는 아내여서 그랬을까 
으레 옆에 있는 여편네여서 그랬을까 
으레 마주 눕는 마누라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이 몸 한눈파느라 여념이 없어서 그랬을까 
그처럼 그냥 있는지 없는지 싶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인가, 아니 날이 갈수록 점점 
태산처럼 커지며 엄청나 보이데 
하늘처럼 한없이 높아지며 드높아 보이데 

아, 그러다가 어느날 어느 순간엔 
새끼들한테 다 파먹히고 난 
빈 우렁이 껍데기처럼 가련해 보이데 


오늘 올린 "가을 아내 소고"는 빛나는 구절이라 나도 동감 ~

그 가운데서도 마지막 구절 

"아, 그러다가 어느날 어느 순간엔 
새끼들한테 다 파먹히고 난 
빈 우렁이 껍데기처럼 가련해 보이데" 


란 구절에서 내 마음도 울리는 것이 있었지요. 
자기 새끼를 위해 온몸을 다 파 먹히는 새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자기 아내에게서 희생된 그 모습을 보는 시인의 눈길이 
단순한 동정의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데까지 이르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희생되지는 못하더라도 
인간의 어머니도 그런 희생의 모습을 아련히 보이기 마련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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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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