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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 시집『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문학동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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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잘 알려진 노래의 가사가 된 원본 시다. “밤이 길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이 대목에서 느끼는 숨 가쁜 격정과 생명력,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에서 휘감기는 뜨거운 사랑의 선동성에 감염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20년 세월이 흘렀지만 이 노래는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짙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강물같이’ 휘돌거나 스며들 것이다그리고‘‘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난을 이기는 자희망을 버리지 않는 자또 그것을 믿고 기다려 주는 자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다우리의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키며 살아간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그것은 때때로 고독하고 외로운 길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이 크게 와 닿는다하지만 그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껴안을 때 비로소 숲이 되고산이 되고메아리가 된다고난을 감수하고 외로움을 참아내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 있는 한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시집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맨 앞에는 <내가 꿈꾸는 세상>이란 제목의 짧은 시가 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깎이고 갇힌 희망이 터져 나오는 땅흙의 평등바람의 자유물의 평화// 바라보지 않아도 꽃이 피어나고기억하지 않아도 잎이 출렁이는 땅” 그러므로 역사를 외면하거나 광장으로부터 퇴각하지 아니하고 함께 꿈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그러자면 나 자신부터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흙의 평등바람의 자유물의 평화를 힘껏 노래해야겠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첫 만남치고 그만하면 그들과 우리 모두 A-정도는 된다오늘은 그대들에게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해주고싶다김정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우리한테는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 역시 엄지 척으로 화답했다이 발언에는 여러 함의가 있겠으나 북한 내부의 속사정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태클이 적지 않았다는 토로다이 말은 우리의 일부 야당과 미국 네오콘도 귀담아듣고 지난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거스를 수 없는 길을 함께 가야겠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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