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섶 위의 얼음 이마
2005.09.12 18:33
처음 태고의 설원을 등반할 때만 해도
무공해 우정을 캐내어
백팩에 넣고 돌아와 이웃을 기쁘게 할 참이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태극기 휘날리고>는 정상에 없었고
빙산을 깊이 판 한글 이름들이 별처럼 시야에 뜬다
낮게 얼어붙은 속삭임위로 숫한 발걸음들이
흙과 먼지만 떨어트리고 떨며 돌아선다
하늘과 나 그리고 빙원이 있을 뿐
시간도 멎어있는 흰 점 신비에 얼굴을 묻고
거룩한 물의 어머니 아이스 돔(Ice Dome)은
세상에 공평하게 젖을 나누어주고 있다
높고 먼, 신기한 나라에 다녀 온 빈 자루
언어가 필요치 않는 내 안의 곳간
보고 느끼는 것으로 가득
산 따라 자꾸 커지는 내 시선
호수를 따라
내 속을 흐르는 피는 하얀 색으로 변해간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순수와 진실의 설원이
내 안에 움트고 있다.
*지구의 눈섭과 이마,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field)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30 | 그 이, 내가 아는 | 김영교 | 2005.08.25 | 596 |
529 | 오늘 문득 새이고 싶어 | 김영교 | 2005.09.08 | 380 |
528 | 가시잎* 꽃 | 김영교 | 2005.09.09 | 545 |
» | 눈섶 위의 얼음 이마 | 김영교 | 2005.09.12 | 916 |
526 | 아호(雅號)에 대하여 | 김영교 | 2005.09.13 | 752 |
525 | 고구마 소년이 일깨운 행복한 사람 | 김영교 | 2005.09.16 | 750 |
524 | 강추의 도서 하나 흔들며 | 김영교 | 2005.09.18 | 656 |
523 | 가을 이야기 1/ 한가위 | 김영교 | 2005.09.19 | 439 |
522 | 그 남자의 꽃 | 김영교 | 2005.09.19 | 646 |
521 | 가을 이야기 2/ 밤 | 김영교 | 2005.09.25 | 595 |
520 | 여행 | 김영교 | 2005.09.25 | 398 |
519 | 개미와의 전쟁 | 김영교 | 2005.09.30 | 584 |
518 |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 김영교 | 2005.09.30 | 453 |
517 | 경청의 미학 | 김영교 | 2005.10.02 | 436 |
516 | 국화꽃 숲에서 | 김영교 | 2005.10.16 | 545 |
515 | 점(點)으로 산다 | 김영교 | 2005.10.28 | 368 |
514 | 사랑은 | 김영교 | 2005.10.29 | 408 |
513 | 가을이야기 3/ 행복의 느낌 | 김영교 | 2005.11.03 | 383 |
512 | 기적 | 김영교 | 2005.11.07 | 504 |
511 | 사람의 손때 | 김영교 | 2005.11.14 | 4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