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그릇

2003.03.14 23:25

김영교 조회 수:479 추천:128

창밖이 젖고 있다

매일
날 쎈 칼이 되는 몸
싱그러운 새벽 공기 덩어리를 먹는
연습을 한다
달리기 칼질-

오늘 같은 날
아예
알몸으로 비를 자른다

세상이 온통
다 젖는네
혼자 안 젖으려
더 빠른 몸 놀림
가슴이 터질듯
힘 드는 칼질

바람의 방향에
삶을 놓으면
칼질은 바람이 하고
헉헉거림마저 박자가 되어
폐부속 깊이 스며들어
힘 하나로 녹아나온다

밖으로
더러운 찌거기
다져지고 저며져
땀이 내 뱉으면
입 벌리고 기다리는
온 몸 세포
쏟아지는 빗물이
씻기고 때 벗긴다

목 말라
엎드린 내 숱한 몸부림은
작은 그릇
칼질 빗물 받으러
내 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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