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맨 아래에서 - 김영교

    

쉴 때도 마주보고

평생 앞서고 뒤서면서 바깥세상 거들떠보지 않는 너

늘 짝이 있어 자족하는 성품인지라

신분상승의 유혹에도 제 갈길 만 간다

 

기특한 것은

짓누르는 무게에도

냄새나는 몸의 최 하단 컴컴한 데 있어도

불평 하나 없다

 

맨살이 밀착해서 애무하면

좋아서

세상 지고의 편안함을 도리어 베푸는 너

 

때론 땀에 밴 섬유질 깊숙이

바닥이 수줍게 너를 부비면

황송한 듯 아주 편케 감싸는 맨살 여정

 

세상 답답하고 힘들어도 발길질도 않고

다시 함께 떠나는

부부는 아닌데 부부 같은

온몸의 무게를 밑바닥에서 혼자 감당하는

더 없이 좋은 이웃, 아래동네 지킴이여

 

오른쪽 왼쪽 한 켤레는 절대 맨발의 결례 허락지 않아

앞서고 뒤서고 위 아래

발바닥에 내리는 평등한 기회의 삶

 

침묵으로 감내하는 온 몸의 버팀목

그 균등한 의식의 힘

매일 아침 솟는 해가 고맙지

표현이 늦을 뿐

 

1/27/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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