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응답기
2006.01.25 14:01
전화 응답기
김영교
그리움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
닿을 듯
소리 하나를 위해 온 몸을 떨며
필사의 힘으로 다가와
마주 선다
분수껏 돋구는 목청에 깨어나는 촉각들
안팎을 흔들어 대는 울림은
묵답에
왕래를 잃고
춤추는 의미들은
깊이도 알 수 없는 기다림에 저장 된다
목소리, 그것은
음성 부호끼리의 약속인가
살아있는 체온끼리 의사소통인가
고개를 돌리면
물소리를 내며 흘러 가버린다
창밖의 바람은
연두 빛 눈썹 껌벅이며
처지는 내 발걸음을 밀어내고
현기증을 품고 언덕을 내려가는 나는
숨을 헐떡이는데
들리는 휫바람 소리는
나의 부재중에도 울리는 지속적인 당신의 신호
삶 반대편에 있는
그 먼 거리를
그만
껌벅이는 응답기에 방치해 둔
나
불소통의 오후
의식은 기억을 퍼 올리고 있다.
(2006)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0 | 그리움은 새 | 김영교 | 2006.03.06 | 432 |
189 | 날개짓처럼 투명한 것에 대하여 | 김영교 | 2006.03.06 | 393 |
188 | 어머니 강 | 김영교 | 2006.02.03 | 430 |
187 | 밤마다 꿈꾸는 빈 통/시집 | 김영교 | 2006.01.31 | 688 |
186 | 어느 아름다운 재혼 | 김영교 | 2006.01.30 | 612 |
» | 전화 응답기 | 김영교 | 2006.01.25 | 387 |
184 | 부토(腐土) | 김영교 | 2006.01.19 | 415 |
183 | 길 I | 김영교 | 2006.01.18 | 449 |
182 | 신호등 | 김영교 | 2006.01.16 | 694 |
181 | 귀천 | 김영교 | 2006.01.06 | 353 |
180 | 형체도 없는 것이 - 4 | 김영교 | 2006.01.04 | 525 |
179 | 형체도 없는 것이 - 3 | 김영교 | 2006.01.04 | 337 |
178 | 형체도 없는 것이 - 2 | 김영교 | 2006.01.04 | 333 |
177 | 형체도 없는 것이 - 1 | 김영교 | 2006.01.03 | 353 |
176 | 게으름과 산행 | 김영교 | 2006.01.03 | 503 |
175 | 발의 수난 | 김영교 | 2006.01.03 | 631 |
174 | 초록이 머무는 곳에 | 김영교 | 2006.01.02 | 437 |
173 | 눈이 되어 누운 물이 되어 | 김영교 | 2006.01.02 | 299 |
172 | 연하장 설경 by 김영교 | 김영교 | 2006.01.02 | 363 |
171 | 소야등 | 김영교 | 2005.12.26 | 2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