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2014.10.22 06:19
귀성
이월란 (2014-10)
팔월의 보름이 바다를 건너오면
기억의 티켓을 끊고 성묘를 간다
물기를 닦아낸 가윗달을 비추면
앨범 사이로 걸어 나오는 주름진 미소
빈방을 지켜온 세월을 넘기길 때마다
명절 대목처럼 찬란했던
그들의 증빙서류가 너무 얇다
입체감이 없는 영혼을 만지며
오늘이 추석이래
나란히 죽은 빗돌 위에 앉으면
추풍령 고개 너머 눈물 닦은 바람이
넙죽이 절을 한다
교복 입고 열어보던 도시락처럼
혀에 익은 밑반찬이 차려지고
교과서 귀퉁이를 발갛게 적시던
김칫국물처럼 시큼해지는 언덕
꽃무늬 원피스로 물든
엄마의 마지막 단풍여행지에
뚝, 바닷물 한 점 떨어진다
늦가을처럼 살다간 땅 위에
비탈진 선산도 봄꽃을 피울까
바다에 빠진 귀성열차에 다시 기적이 울리면
혼혈의 손자가 태어나는 이승의 무성함을
다 안다는 듯
다시 인화되고 있는 저승의 얼굴
제물처럼 펼쳐진 사진 위에
둥근 달빛이 오래 앉아 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499 | 마종기의 시-어느날 문득 | 조만연.조옥동 | 2005.01.12 | 364 |
10498 | 신발 속 세대차이 | 김동찬 | 2007.09.10 | 363 |
10497 | 아호(雅號)에 대하여 | 김영교 | 2005.09.13 | 361 |
10496 | 5월에 피는 미스 김 라일락(Lilac) | 泌縡 | 2019.08.03 | 357 |
10495 | 사막의 선인장 | 차신재 | 2014.10.01 | 355 |
10494 | 미주 한인문학의 실상 | 박영호 | 2004.11.07 | 352 |
10493 | 시집(詩集) 진열대 앞에 서면 - 전주호 | 그레이스 | 2004.07.30 | 352 |
10492 | 미미 | 박경숙 | 2005.06.23 | 346 |
10491 | 한국 순수 서정시의 꽃 | 박영호 | 2005.03.09 | 345 |
10490 | 네 잎 클로버 | 정해정 | 2006.02.15 | 344 |
10489 | 예스 그리고 노우 | 이성열 | 2005.02.13 | 344 |
10488 | 땅끝에서 만나는 사랑, 그 행복한 고독 -곽재구 시인 | 한길수 | 2005.03.15 | 343 |
10487 | 새해의 축복을 비는 마음 | 조만연.조옥동 | 2005.01.06 | 338 |
10486 | 미역국을 끓이며 | 강학희 | 2006.02.03 | 337 |
10485 | 조각공원의 크리스마스(제 1 동화집) | 홍영순 | 2010.01.21 | 337 |
10484 |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 오연희 | 2004.08.26 | 334 |
10483 | 김호길, 황인숙, 고시조, 김영수, 유안진 | 김동찬 | 2006.01.23 | 331 |
10482 | 위기의 문학,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승하 | 2005.02.14 | 329 |
10481 | 비에 젖은 시 | 정문선 | 2006.07.28 | 328 |
10480 | 김치를 담그다 | 윤석훈 | 2006.06.24 | 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