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퀘어?, 그거시 먼 말이랑가"

2006.08.16 11:12

정찬열 조회 수:298 추천:2

  최근 광주종합터미널의 공식이름이 유·스퀘어로 바뀌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스퀘어(U·square)는 '당신의 광장(You), 젊음의 광장(Youth)'이란 의미라고 설명 되어있다.
  이름이 좀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어 이곳 애나하임에 사는 알만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가 나에게 되물었다. “유. 스퀘어? 어야 그거시 먼말이랑가, 나도 잘 모르건는디 잉.”
  20년 넘게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도 알 듯 말 듯한 영어 명칭을 종합터미널의 새 이름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국제화 시대에 맞춰 영어 이름을 붙이는 게 좋겠다는 발상이었는지 모르겠다. 큰 돈을 들여 건물을 수리했으니 거기에 걸맞은 명칭으로 바꾸어보자는 생각이었다면 공모를 해서라도 더 의미 있고 산뜻한 이름을 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광주는 특별한 도시다. 역사 속에 민족의 얼과 혼이 배어있는 도시이자, 많은 사람들이 ‘멋이 살아 숨쉬는 예향’이라고 칭송하는 도시다. 광주 비엔날레를 개최해 오고 있고,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문화도시다.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한 하이드 미 하원국제관계위원장이 “한국의 자유는 광주의 피로 이룬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광주는 호남의 관문이다.  
  터미널은 광주에 오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장소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첫 인상이 중요하듯 광주를 찾는 타지방 사람이 터미널에서 받게 되는 첫 인상은 더 없이 중요하다. 광주를 상징하고 오래도록 생각나게 하는, 광주다운 멋스러운 이름으로 손님을 맞아 준다면 도시의 격을 스스로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알다시피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가고 사랑을 받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만 갖고 있는 독특한 소재를 입맛에 맞게 드라마로 꾸몄기 때문이다. 광주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문화와 개성을 타 지역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게 내 보이고 자랑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시대다. 문화와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지역특산물이 특산품으로 사랑받는 시대에 가장 토속적인 것이 광주를 알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5월을 아시아 태평양 문화의 달로 정해 고유한 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UCLA 입학사정때 한국인 학생이 영어이름을 쓰는 것을 보고 고유한 한국이름을 썼으면 좋겠다고 사정관이 조언을 했다는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를 상징하고 호남의 독특한 정서가 담겨있는 언어를 찾아보자. 식물이나 꽃 이름, 역사를 빛낸 사람이름 중에 좋은 명칭이 있을 것 같다. 호남의 관문답게 지방의 토속어인 사투리로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좋겠다. 사투리야말로 그 지방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얼과 혼이 담긴 언어이며, 그것을 사용해온 사람들의 정체성을 이룬 영혼의 말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무의식중에 대상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꽃다운 이름을 달아주면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된다. 꽃이 되어 꽃향기를 뿜어낸다.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도시, 한국을 대표하는 예향인 광주의 관문에 ‘유.스퀘어’라는 영어이름을 써 붙인 것은 갓 쓰고 자전거 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격에 맞는 이름을 붙혀 주어야 한다. 그것은 광주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요 자존심에 관계된 일이기도 하다.  
   “유.스퀘어? 어야 그거시 먼 말이랑가, ” 친구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듣기만 해도 고향이 생각나는 따뜻한 이름. 이름만으로도 광주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명칭. 광주종합터미널의 이름을 그렇게 바꿨으면 좋겠다. “오-메, 자네왔능가.” 이런 이름 정도면 어떨까.                        <2006년 8월 16일 광주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