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12.08.12 14:00
8월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기운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기운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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