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12.08.12 14:00

오연희 조회 수:0

8월


때글때글 영근 연둣빛 포도송이에 눈길이 닿자
시큼한 침이 금세 입안 가득 번진다
머잖아 하얀 분 뽀송뽀송한 짙은 보라로 물들 것이고
난 조심스레 그들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 송이 톡, 따내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짜릿짜릿하다
그런데 눈도장 소홀히 한 며칠 사이 사달이 났다
알맹이가 쏙 빠져나가 너덜너덜해진 까만껍질
입질 하다 만 알갱이를 안스럽게 감싸 안은 뭉그러진 보라껍질
열등아처럼 끼어있는 청포도까지
포도즙으로 엉긴 포도송이의 몰골이 가관이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귀신같이 때를 아는 다람쥐
어디 나타나기만 해봐라, 눈을 부라리는데
나 잡아 봐라, 는 듯 담벼락 위를
고성능 바퀴 굴리듯 곡예를 부리며 달려가고 있다
놈을 따라 정원의 눈들이 일제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푸른 기운 출렁대는 8월의 뜨락.



미주시학 201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39 “Savage Inequalities” 이월란 2012.08.17 0
4638 Why Joe Became a Criminal? 이월란 2012.08.17 0
4637 “Farmingville” 이월란 2012.08.17 0
4636 A Few Fragmentary Thoughts 이월란 2012.08.17 0
4635 Toby’s Words 이월란 2012.08.17 1
4634 숨 죽이고 노기제 2008.08.20 1
4633 잊은 줄 알았는데 노기제 2008.08.20 3
4632 가슴타는 그리움 박영숙 2008.08.19 1
4631 물 한 방울 떨어지면 박영숙 2008.08.19 0
4630 그리움이여! 박영숙 2008.08.19 0
4629 파도 나의 바다는 박영숙 2008.08.19 0
4628 시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문인귀 2008.08.19 1
4627 부모 - 그 정의를 한번 말해보자. 성민희 2008.08.21 8
4626 잠 속에서도 자란다 오연희 2012.08.12 0
» 8월 오연희 2012.08.12 0
4624 불로장수(不老長壽) 정용진 2012.08.12 0
4623 삼 복 날 이상태 2012.08.11 0
4622 텅빈자리 서용덕 2008.10.26 2
4621 빈궁 2007 송명희 2008.10.26 0
4620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