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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권---공룡발자국

2006.04.09 02:41

윤석훈 조회 수:141 추천:16

  초식공룡 부라키아 사우르스가 사는 고성으로 가면 백악기의 새초록한
바람이 불 때마다 뿌우룽 하고 친구를 부르는 공룡의 저음이 몸을 비비자
고 다가옵니다 어디가 가려운 건지. 내가 소철나무인줄 알았나 봅니다 시
간의 벽이 진동으로 허물어지는 상족암에서 뭔가가 발을 슬쩍 걸었습니다
기우뚱하고 보니 공룡발자국이지 뭡니까 참 실없는 장난을 걸어오는 파충
류의 흔적입니다 사람마다 공룡발자국에 발을 대보고는 초식공룡을 닮아
초록색이 되어갔습니다 몸에서 큰 의미 없이 종자고사라가 자라났습니다
얼핏보니 전생의 어떤 암여우가 발자국 옆에서 흑백사진을 찍고 있었습니
다 한껏 그리워진 나는 마음의 저습지에 거대한 발자국과 새 발자국을 내
고 거기에 욕심껏 바닷물을 담았습니다 내생의 누군가가 내 발자국 치수
를 재며<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사우르스>라고 명명하는 소리가 귀에
선하였습니다 뿔도 없으면서 긴 송곳니도 없으면서 비늘도 없는 알몸으로
그저 으르렁대기만 할 줄 아는 나라는 잡식공룡이 뿌우웅 뿌우웅 뿔나팔
을 불어대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의 깊이과 넓이 앞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말이지요
  발자국을 낼 체중에도 다가서지 못하는 가벼움은 또 어떡합니까
  내 안에서 머리를 빗는 빗살무늬토기로 무엇을 담기에는 어림도 없었습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