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08:43

들꽃 선생님

조회 수 21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들꽃 선생님 / 성백군

 

 

흰나비 두 마리가

데이트를 나왔나 봅니다. 연거푸

붙었다 떨어졌다

인적 드문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대낮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들꽃들이 모여 앉아

코딱지만 한 빨간 꽃잎을 들썩이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색과 향이 가관입니다

내 보기에는 질투인 듯합니다

 

그때 사 눈치챈 나비 한 마리

들꽃에 다가와

‘네 이름이 뭐니?’하고 묻는데

당황한 들꽃 나를 쳐다봅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체면에

모른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는데

머뭇거리던 나비, 들꽃과 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주제에’ 하며 날아가 버렸으니

보나 마나 내 뒤통수엔

들꽃들의 원망이 주렁주렁 달렸겠지요

 

미안합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내 속으로 낳았으면서도

아직 검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오늘 휴일

자주 가는 야산 기슭에서

낯익은 들꽃에 당한 날 선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83 시조 원앙금鴛鴦衾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1 76
2082 가을빛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07 76
2081 시조 아버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30 76
2080 시조 코로나19 - 불씨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1.08.10 76
2079 끝까지 건강하고 행복하려무나 1 유진왕 2021.08.17 76
2078 나목의 겨울나기 전술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26 76
2077 나도 보여 주고 싶다 / 김원각 泌縡 2020.03.06 77
2076 막힌 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4.14 77
2075 두루미(鶴)의 구애(求愛) / 김원각 泌縡 2020.10.10 77
2074 시조 코로나-19 –칠월칠석날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14 77
2073 시조 오월 콘서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5 78
2072 봄비, 혹은 복음 / 성벡군 하늘호수 2015.08.18 78
2071 뜨는 해, 지는 해 / 강민경 강민경 2020.09.27 78
2070 시조 환한 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24 78
2069 시조 청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4 78
2068 시조 야윈 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9 78
2067 시조 2019년 4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0 78
2066 미얀마 1 file 유진왕 2021.07.15 78
2065 시조 독도獨島 수호의 길 (2)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1.07.29 78
2064 코로나 바이러스 1 유진왕 2021.08.15 78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