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2 19:45

살만한 세상

조회 수 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살만한 세상/강민경

 

 

카피올라니 공원 갓길 숲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전화를 주었다

 

고급이다

탐나는 것, 손안에 쏙 들어오는데

마음은 자꾸 밀어낸다.

 

(언제였던가? 수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알라모아나 시장에서 둘째 아이를 잃어버리고

넋 나간 사람처럼 애태웠던 일이 생각나서

지금 내가 전화 주인이 되어본다

 

울어라. 전화야

내가 내 아이의 울음을 쫓았듯이

네 주인도 너의 울음을 들으리니

울어라

마음을 쏟을 때

응답하는 전화벨 소리

시간은 좀 흘렀지만

 

잃은 아이 찾았을 때

내 감동으로 기뻐하는 음성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사례금을 주려는 외국인 앞에서

공으로 돌아서는 내가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제야 아이에게 빚진 마음을 갚는 심정이다

스스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었다고 우쭐해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40 나목의 겨울나기 전술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26 50
2239 단풍 낙엽 – 2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9 172
2238 물속 풍경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2 178
2237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70
2236 가을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8 178
2235 단풍잎 꼬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1 114
2234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36
2233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07 158
2232 갈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31 112
2231 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24 158
2230 가을 산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7 165
2229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31
2228 우리 동네 잼버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03 124
2227 가을 입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26 138
2226 가을, 잠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9 163
2225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263
2224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21
2223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174
2222 외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2 158
2221 위, 아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15 20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