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한 세상/강민경
카피올라니 공원 갓길 숲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전화를 주었다
고급이다
탐나는 것, 손안에 쏙 들어오는데
마음은 자꾸 밀어낸다.
(언제였던가? 수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알라모아나 시장에서 둘째 아이를 잃어버리고
넋 나간 사람처럼 애태웠던 일이 생각나서
지금 내가 전화 주인이 되어본다
울어라. 전화야
내가 내 아이의 울음을 쫓았듯이
네 주인도 너의 울음을 들으리니
울어라
마음을 쏟을 때
응답하는 전화벨 소리
시간은 좀 흘렀지만
잃은 아이 찾았을 때
내 감동으로 기뻐하는 음성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사례금을 주려는 외국인 앞에서
공으로 돌아서는 내가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제야 아이에게 빚진 마음을 갚는 심정이다
스스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었다고 우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