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울음소리 / 성백군
새벽
닭 울음소리가
하와이 오지마을 새벽잠을 깨운다
계주 주자가
배턴을 주고받으며 릴레이를 하듯
여기저기 가까이서 멀리서 들려오는 저 소리는
여기가 미국이라 하지만 내게는
‘cock-a-doodle-doo’가 아니라 ‘꼬끼~오 꼬~오’로 들린다
저 닭들은 좋겠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같은 소리를 내도
다 통하니
어딜 가나 언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러니 이 새벽에
날이 밝기 전에 우리도 울어보자
언어장애로 고생하는 이민자들이여!
슬프게 기도하면
신의 노여움이 풀려 이 세상 구음이 하나가 되고
방언을 하고, 우리도 닭처럼 ‘꼬끼~오 꼬~오’를
‘cock-a-doodle-doo’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꼬끼~오 꼬~오, 꼬끼~오 꼬~오, 꼬끼~오 꼬~오, 꼬끼~오 꼬~오,……
바벨탐이 무너질 때까지 계속 회개(悔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