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始作 혹은 詩作) / 성백군
이른 봄
나목에서 시작을 보았다
싹눈,
처음 보는 세상이 신기하고 궁금하여
시(詩)의 눈이 되었다
꽃샘바람 불 때
벌 나비 입질하더니 꽃 터지고
빨강 노랑 분홍, 동백 개나리 진달래,
그 많은 색이 각각 이름표를 달았다
열매 맺고 키우느라
정신없이 바쁜데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바람, 그냥 지나가는 일 없고
비, 곱게 내리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시작에는 퇴고가 있는 법
풍진세상을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 단풍 들었다
고난을 이겨낸 각종 열매가
주렁주렁.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대작(大作)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