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빨다가/강민경
오늘내일 미루다가
다급해지면 손빨래를 한다
어깨허리 다리 온몸이 저릿저릿 요동치며
저절로 앓는 소리를 낸다
하던 일 멈추고
피곤한 몸 누이고
빨래는 빨아 입으면 깨끗한데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왜 쉽게 지워지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에 골똘하다 문득 창밖
봄꽃 따라온 오월의 푸르름, 하늘 찌르는 기상도 보고
그 그늘 밑
낮은 곳을 사모하여 허락된 땅에서만 사는
채송화도 본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는데
푸르름을 쫓아 기는 오월의 하늘같이
낮은 곳을 만족해하는 채송화같이
빨아 입으면 깨끗해지는 빨래처럼
삶이 단순하면 안 되는 걸까……,
세상에나 일하다가
이러고 있는 나는 뭐고
나도 사람이라서
지혜가 과욕이 될 때도 있구나
생각이 시간을 헛되이 보냈으니
손해를 볼 때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