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3 17:47

나의 변론

조회 수 2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의 변론/강민경

 

 

         어쩐 일인지

         햇빛 아래 어깨 늘어뜨린

 나뭇잎들 꼼짝도 않는다

 나무그늘 아래 서 있는

 나도, 옷섶 펄럭여 바람을 부추겨 보는데

 바람은 어디서 땡 치는 중인지

 숨소리 헉헉대는 나뭇잎

 자기들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변명을 늘린다

,

 바람이 꼼짝 않고 있어서라고 하는

 나뭇잎과,

 나뭇잎이 불러 주지 않아

 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어서라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의 변론을

 참다못한

 내가 먼저 옷섶을 풀려 하자

 

 미안했는지 다급했는지

 제 본색 드러내는 바람

 어디서 엿듣고 달려왔을까

 

 순식간에 나뭇잎 감고 돌다가

 나를 다독이는 선심

 열리다 만 내 옷섶 풀었다 닫았다

 상냥한 호들갑이라니

 내 어찌 더 저들과 변론을 펼칠 수 있겠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81 [가슴으로 본 독도]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5.11 261
2180 Fullerton Station 천일칠 2005.05.16 155
2179 밤에 듣는 재즈 서 량 2005.05.17 279
2178 아우야, 깨어나라 고영준 ko, young j 2005.05.18 332
2177 유월(六月) / 임영준 윤기호 2005.05.31 248
2176 풀 잎 사 랑 성백군 2005.06.18 274
2175 빈 집 성백군 2005.06.18 233
2174 노란리본 강민경 2005.06.18 262
2173 피아노 치는 여자*에게 서 량 2005.06.22 596
2172 석류의 사랑 강민경 2005.06.28 495
2171 믿어 주는 데에 약해서 김사빈 2005.07.04 401
2170 유나의 하루 김사빈 2005.07.04 577
2169 만남을 기다리며 이승하 2005.07.10 353
2168 여행기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었던 시인을 찾아서 이승하 2005.07.10 790
2167 앞모습 서 량 2005.07.10 350
2166 무 궁 화 강민경 2005.07.12 300
2165 달의 뼈와 물의 살 성 백군 2005.07.16 402
2164 생선 냄새 서 량 2005.07.24 279
2163 낮달 강민경 2005.07.25 167
2162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임영준 뉴요커 2005.07.27 28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