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8 00:57

강설(降雪)

조회 수 1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강설(降雪) / 성백군

 

 

허공에도 꽃이 피네요

낙화?

아니, 주의 재림입니다

 

봄 여름 가을

세상에서 핀 꽃은 겨울이면 다 사라지는데

저건 하늘에서 내려온 저승 꽃

이제 막 칼춤을 추듯 피어납니다

 

지붕 위 장독대 위

벗은 나뭇가지, 길가 말라 죽은 풀 위에

아무 곳이나 닫는 곳이면 소복소복

눈이 쌓입니다

구별 없이 천지가 온통 한 색 순백입니다

 

아이들이

집 그늘을 들추며 뛰어나오고

강아지가 그 뒤를 따라 쫄랑쫄랑 따라 다니고

나도 저들 속에 어울려져 움직이는 풍경이 되고 싶은데

살아온 세월이 길어 죄가 많아 그런지

옆구리가 시립니다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가 두렵습니다

 

자욱하게 눈 내리는 먼 하늘 바라보며

단두대에 사형수처럼

내 목을 차가운 눈발에 맡겨 봅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오래도록

주의 긍휼을 기다리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3 봄 그늘 하늘호수 2018.03.21 52
982 살만한 세상 강민경 2018.03.22 94
981 시작(始作 혹은 詩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27 123
980 옷을 빨다가 강민경 2018.03.27 195
979 바람의 말씀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8.04.02 240
978 비와의 대화 강민경 2018.04.08 123
977 몸살 앓는 봄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4.09 80
976 노숙자의 봄 바다 강민경 2018.04.11 216
975 봄 편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4.17 154
974 물웅덩이에 동전이 강민경 2018.04.19 234
973 배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4.23 117
972 나무 뿌리를 밟는데 강민경 2018.04.24 87
971 봄의 꽃을 바라보며 강민경 2018.05.02 187
970 어머니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07 130
969 꽃 앞에 서면 강민경 2018.05.11 165
968 어느새 비 그치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14 164
967 졸업식은 오월의 함성 강민경 2018.05.18 182
966 사망보고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21 162
965 등대 사랑 강민경 2018.05.29 179
964 하와이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29 143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