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2 19:45

살만한 세상

조회 수 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살만한 세상/강민경

 

 

카피올라니 공원 갓길 숲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전화를 주었다

 

고급이다

탐나는 것, 손안에 쏙 들어오는데

마음은 자꾸 밀어낸다.

 

(언제였던가? 수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알라모아나 시장에서 둘째 아이를 잃어버리고

넋 나간 사람처럼 애태웠던 일이 생각나서

지금 내가 전화 주인이 되어본다

 

울어라. 전화야

내가 내 아이의 울음을 쫓았듯이

네 주인도 너의 울음을 들으리니

울어라

마음을 쏟을 때

응답하는 전화벨 소리

시간은 좀 흘렀지만

 

잃은 아이 찾았을 때

내 감동으로 기뻐하는 음성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사례금을 주려는 외국인 앞에서

공으로 돌아서는 내가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제야 아이에게 빚진 마음을 갚는 심정이다

스스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었다고 우쭐해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43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296
2142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312
2141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173
2140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260
2139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171
2138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302
2137 가을단상(斷想) 성백군 2005.10.05 232
2136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11
2135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267
2134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255
2133 무서운 빗방울들이 서 량 2005.10.16 170
2132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354
2131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76
2130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201
2129 추일서정(秋日抒情) 성백군 2005.10.23 414
2128 가을묵상 성백군 2005.11.06 177
2127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뉴요커 2005.11.11 232
2126 지역 문예지에 실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승하 2005.11.11 654
2125 도마뱀 강민경 2005.11.12 242
2124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서 량 2005.11.14 2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