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8 18:59

화장하는 새

조회 수 3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장하는 새/강민경

 

 

짹짹

이른 아침 창 밖을 보는데

털이 부스스한 어린 참새 두 마리

베란다 난간에 앉아

노란 주둥이로

이리저리 자근자근 더듬거리며

깃털을 다듬는다

 

서로서로 화장시켜주고

바로 잡아주는 정겨움을 보다가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새들 앞에 부끄러운데

언제 어디서 쫓아 왔는지

새끼들 날개 아래 품고 길고 단단한 부리로

엉킨 깃털을 바로 잡아주는 부산스러움을 보다가

스스로 위로해 본다

 

새나 사람이

제 새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

형제자매에게 소홀했던 마음 가라앉히며

이젠 아이들 다 크고 살림 내보내고 나니

형제자매들 우애 있게 지내라는 부모님 말씀

회상하여 그동안 뜸했든 관계

통화하고 털어내느라

내 입술 화장발이 짙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22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서 량 2005.11.14 242
2121 네가 올까 유성룡 2006.03.28 214
2120 4월의 하늘가 유성룡 2006.03.28 220
2119 내 사월은 김사빈 2006.04.04 183
2118 유성룡 2006.03.28 274
2117 향기에게 유성룡 2005.11.21 128
2116 고향보감(故鄕寶鑑) 유성룡 2005.11.23 170
2115 칡덩쿨과 참나무 성백군 2005.11.24 260
2114 자화상(自畵像) 유성룡 2005.11.24 192
2113 옛날에 금잔디 서 량 2005.11.26 514
2112 여고행(旅苦行) 유성룡 2005.11.26 415
2111 하소연 유성룡 2005.11.27 179
2110 고주孤舟 유성룡 2006.03.12 118
2109 시파(柴把)를 던진다 유성룡 2006.03.12 247
2108 그때 그렇게떠나 유성룡 2006.03.11 153
2107 12월, 우리는 / 임영준 뉴요커 2005.12.05 190
2106 준비 김사빈 2005.12.05 258
2105 품위 유지비 김사빈 2005.12.05 606
2104 신 내리는 날 성백군 2005.12.07 205
2103 12 월 강민경 2005.12.10 184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