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3 17:21

관계와 교제

조회 수 1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관계와 교제 / 성백군

 

 

공원 나무 밑 좌판 옆 바닥에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다

물그릇과 모이, 먹다 남은 통조림.

새들이 날아와 물을 마시고, 길고양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힐끔거린다.

 

누굴까, 저 착한 마음은

부자가 재산을 털어 공궤하는 것은 아닐 테고

어쩌다 나들이 나온 사람이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닐 것이고

어느 마음씨 고운 이가?

아니야,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럼, 동물애호가 단체에서 왔다 간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일주일 휴가차 본토에 있는

아이들 삼 남매 부부가 손자 손녀 여섯 데리고 와서

북새통을 치는 대는 내 새끼들이라도 감당이 안 되었었는데……

 

저어~ , 저 소외된

저녁 어스름 속 등 굽은 노숙자

잠자리 찾아 좌판 옆 의자에 앉아

먹이를 정리하며 뒷수습을 하는데

새들이 먼저 알고 그의 어깨에 앉고, 길고양이

무릎으로 파고들며 반긴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없고

혈족도, 주종관계도 아니지만

매일 만나서 일상을 나누는 교제가 아름다워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일몰이 가다 말고 멈춰 서서 시샘한다

늦었지만 저도 할 수 있다며

종일 무심했던 하늘을 서산에 매달고

벌겋게 물들인다

 

   808 - 0326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23 향기에게 유성룡 2005.11.21 128
2122 고향보감(故鄕寶鑑) 유성룡 2005.11.23 170
2121 칡덩쿨과 참나무 성백군 2005.11.24 265
2120 자화상(自畵像) 유성룡 2005.11.24 193
2119 옛날에 금잔디 서 량 2005.11.26 515
2118 여고행(旅苦行) 유성룡 2005.11.26 419
2117 하소연 유성룡 2005.11.27 182
2116 12월, 우리는 / 임영준 뉴요커 2005.12.05 190
2115 준비 김사빈 2005.12.05 259
2114 품위 유지비 김사빈 2005.12.05 606
2113 신 내리는 날 성백군 2005.12.07 210
2112 12 월 강민경 2005.12.10 186
2111 누나 유성룡 2005.12.14 330
2110 발자국 성백군 2005.12.15 181
2109 동백의 미소(媚笑) 유성룡 2005.12.15 251
2108 우리집 강민경 2005.12.17 188
2107 새 날을 준비 하며 김사빈 2005.12.18 238
2106 전구 갈아 끼우기 서 량 2005.12.18 438
2105 새롭지만은 않은 일곱 '신인'의 목소리 이승하 2005.12.19 708
2104 년말 성백군 2005.12.19 256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