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08:43

들꽃 선생님

조회 수 1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들꽃 선생님 / 성백군

 

 

흰나비 두 마리가

데이트를 나왔나 봅니다. 연거푸

붙었다 떨어졌다

인적 드문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대낮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들꽃들이 모여 앉아

코딱지만 한 빨간 꽃잎을 들썩이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색과 향이 가관입니다

내 보기에는 질투인 듯합니다

 

그때 사 눈치챈 나비 한 마리

들꽃에 다가와

‘네 이름이 뭐니?’하고 묻는데

당황한 들꽃 나를 쳐다봅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체면에

모른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는데

머뭇거리던 나비, 들꽃과 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주제에’ 하며 날아가 버렸으니

보나 마나 내 뒤통수엔

들꽃들의 원망이 주렁주렁 달렸겠지요

 

미안합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내 속으로 낳았으면서도

아직 검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오늘 휴일

자주 가는 야산 기슭에서

낯익은 들꽃에 당한 날 선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00 시조 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8 72
2099 시조 찬 겨울 시멘트 바닥에 누워보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7 62
2098 시조 낙장落張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2.02.06 68
2097 시조 곡비哭婢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5 165
2096 시조 아득히 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4 66
2095 시조 동안거冬安居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3 367
2094 시조 거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2 78
2093 마스크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2.01 115
2092 시조 설날 아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1 105
2091 시조 함박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31 97
2090 시조 아버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30 67
2089 시조 어머니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9 141
2088 건강한 인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8 139
2087 시조 추억追憶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7 181
2086 인생길 / young kim 1 헤속목 2022.01.27 129
2085 시조 그립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6 102
2084 남은 길 1 헤속목 2022.01.26 202
2083 망할 놈의 성질머리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1.25 89
2082 시조 고향 풍경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5 98
2081 시조 동백 / 천숙녀 독도시인 2022.01.24 72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13 Next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