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순 시집-꽃들은 바쁘다

2018.10.01 01:52

미주문협 조회 수:168

배미순 시집-꽃들은 바쁘다.jpg


  •               
  • 부재하는 동시에 현존하는 ‘당신’의 존재
    시인의 오랜 연륜에서 배어 나오는 겸허함


    문학수첩 시인선 110번째 책 [꽃들은 바쁘다]가 출간되었다. 배미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인 [꽃들은 바쁘다]는

    곁에는 부재하지만 동시에 일상 곳곳에 현존하는 절대적 대상인 ‘당신’의 존재를 노래하고 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도덕경(道德經)]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로, ‘도(道)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도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도는 보거나 듣거나 만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감각은 진리를 깨우치는 데 방해가 되는 일이 많기에, 오감이 아닌 마음의 눈과 귀를 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깨움이다. 마음의 눈과 귀를 뜨라는 것은 세상에 부재하면서 현존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배미순 시집 [꽃들은 바쁘다]의 중심은 바로 이와 같이 부재를 통해 감각적으로 그려 내는 ‘당신’의 존재성에 있다. 배미순의 시세계는 오랜 연륜에서 배어 나오는 겸허함으로 ‘당신’을 노래한다.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몸져 누운 나무
    누워서도 끝내 쓰러지지 못하는 나무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평범한 사물들도 낯선 것들이 된 지금
    하늘과 땅과 세상도 새롭게 투시하면서
    다른 나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나무들이 결코 듣지 못하는 것을
    세밀하고 은밀하게 보고 들으며
    혹독한 이승의 한때를 견뎌내야 하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야말로 소중한
    당신의 연대기를 쓸 차례입니다.
    ('겨울나무, 그 직립은' 중에서)

    ‘당신’은 시적 화자 주변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희망과 빛과 온기와 보살핌의 대상이다. [꽃들은 바쁘다]에 실린 시들은 부재를 통해 현존하는 절대적 ‘당신’의 다양한 변주곡이다. 배미순의 시세계는 감각적으로 보고 듣지 못하는 절대적 ‘당신’을 생활 속에서 자재롭게 인식하고 있다. 세상의 참된 가치와 뜻은 감각적인 눈과 귀가 아닌 마음의 눈과 귀로 감지하고 호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65805.jpg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4 이상목 시조집 <낯설지 않은 그림 한 점> file 미주 2023.09.25 93
    363 김수영 한영 수필집-잊을수 없는 스코필드 박사와 에델바이스의 추억 file 미주문협 2021.05.15 99
    362 주숙녀 시집 <그는 어디에> 출간 file 미주 2023.03.24 99
    361 조윤호 시집-사랑의 빛 file 미주문협 2018.08.16 100
    360 박윤수 회고록-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file 미주문협 2021.03.15 100
    359 대한민국 소설 독서대전 추천도서 [2] file 미주 2023.02.04 103
    358 CHEYENNE file 미문이 2005.07.04 107
    357 흔적 file 미주문협 웹도우미 2014.10.11 107
    356 이원택의 세상 엿보기-분광경 file 미주문협 2018.12.01 107
    355 목숨의 탄도 file 관리자_미문이 2012.04.10 108
    354 사부곡 아리랑 file 미주문협 웹도우미 2014.02.22 108
    353 김신웅 시집-질 때도 필 때같이 file 미주문협 2018.03.15 110
    352 이경희 시집-고이 간직했던 붓 file 미주문협 2019.06.16 113
    351 미주경희사이버문학 제2호 file 미주문협 2022.11.14 113
    350 『몸 연꽃 피우기』출간 : 김영애 수필가 네 번째 작품 file 미주 2023.09.04 113
    349 이희숙 수필집-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file 미주문협 2022.04.25 115
    348 고뇌하는 당신 file 미문이 2005.10.03 116
    347 박경숙 장편소설 『 한 여자를 사랑하였다』 file 미주 2023.08.11 119
    346 미국이민 45년 이야기-이상기 목사 file 미주문협 2018.12.24 120
    345 고대진 에세이-순대와 생맥주 file 미주문협 2021.12.30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