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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재하는 동시에 현존하는 ‘당신’의 존재
    시인의 오랜 연륜에서 배어 나오는 겸허함


    문학수첩 시인선 110번째 책 [꽃들은 바쁘다]가 출간되었다. 배미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인 [꽃들은 바쁘다]는

    곁에는 부재하지만 동시에 일상 곳곳에 현존하는 절대적 대상인 ‘당신’의 존재를 노래하고 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도덕경(道德經)]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로, ‘도(道)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도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도는 보거나 듣거나 만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감각은 진리를 깨우치는 데 방해가 되는 일이 많기에, 오감이 아닌 마음의 눈과 귀를 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깨움이다. 마음의 눈과 귀를 뜨라는 것은 세상에 부재하면서 현존하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배미순 시집 [꽃들은 바쁘다]의 중심은 바로 이와 같이 부재를 통해 감각적으로 그려 내는 ‘당신’의 존재성에 있다. 배미순의 시세계는 오랜 연륜에서 배어 나오는 겸허함으로 ‘당신’을 노래한다.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몸져 누운 나무
    누워서도 끝내 쓰러지지 못하는 나무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평범한 사물들도 낯선 것들이 된 지금
    하늘과 땅과 세상도 새롭게 투시하면서
    다른 나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나무들이 결코 듣지 못하는 것을
    세밀하고 은밀하게 보고 들으며
    혹독한 이승의 한때를 견뎌내야 하는
    당신을 꼭 닮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야말로 소중한
    당신의 연대기를 쓸 차례입니다.
    ('겨울나무, 그 직립은' 중에서)

    ‘당신’은 시적 화자 주변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희망과 빛과 온기와 보살핌의 대상이다. [꽃들은 바쁘다]에 실린 시들은 부재를 통해 현존하는 절대적 ‘당신’의 다양한 변주곡이다. 배미순의 시세계는 감각적으로 보고 듣지 못하는 절대적 ‘당신’을 생활 속에서 자재롭게 인식하고 있다. 세상의 참된 가치와 뜻은 감각적인 눈과 귀가 아닌 마음의 눈과 귀로 감지하고 호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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