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희-몽돌을 읽어보다
2018.02.16 12:32
몽돌을 읽어보다
유봉희
찰랑이는 물가에서
돌들은 하나같이 둥그러지고 있었다.
살아 온 내력이 같아서인지
둥글게 사는 것이 한 생의 목표인지
누가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을까
몽돌은 저마다 색과 무늬를 입고 있다
소금기 절은 상처가 제 무늬로 떠오르기까지
바람과 파도는 얼마나 긴 시간을 치유의 입술로 보냈을까
그 아득한 걸음 문득 엄숙해져
사열대 지나 듯 돌밭을 걷다가 돌 하나 집어 들었다
몸통엔 파낸 듯 알파벳글자와 흘림 철자가
뒤 암반에는 수사슴 한 마리가
선사시대를 뛰어 넘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어느 멀고 먼 시간 넘어서
어떤 이가 보낸 메시지인 것 만 같아
마음은 금방 날아오를 날개 짓으로 부풀어 오르지만
내 어리석음은 바다 깊이로 내려 앉아 있고
나의 지혜는 물 위에 살얼음 같아서
건너 갈 수가 없구나
돌의 둥근 모양을 감싸며 눈을 감는다
다시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먼 듯 가까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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