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야-잠든배
2020.10.02 14:12
잠든 배
류미야
전복된 배 한 척 사장(沙場)에 박혀 있다
급물살 헤치며 늠름하던 이물과
능숙히 물목을 잡던 삿대는 부서지고
부끄럼도 잊은 채 허옇게 드러낸 배
어안(漁眼)이 벙벙한지 눈도 껌뻑 않는다
갑판엔, 저벅거리며 돌아다니는 햇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비춰보며
푸르게 반짝이던 물비늘의 시간도
오늘은 숨을 죽이고
곤한 잠에 들었다
난생처음 닻을 내린 항구는 평화롭다
더 이상 눈물바람의 이별은 없으리라
불 꺼진
물고기 잔등
꽃무지개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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