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야-잠든배

2020.10.02 14:12

미주문협 조회 수:65

배.jpg


잠든 배

                            류미야

 

전복된 배 한 척 사장(沙場)에 박혀 있다

급물살 헤치며 늠름하던 이물과

능숙히 물목을 잡던 삿대는 부서지고


부끄럼도 잊은 채 허옇게 드러낸 배

어안(漁眼)이 벙벙한지 눈도 껌뻑 않는다

갑판엔, 저벅거리며 돌아다니는 햇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비춰보며

푸르게 반짝이던 물비늘의 시간도

오늘은 숨을 죽이고

곤한 잠에 들었다

난생처음 닻을 내린 항구는 평화롭다

더 이상 눈물바람의 이별은 없으리라

불 꺼진

물고기 잔등

꽃무지개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