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야-잠든배
2020.10.02 20:12
잠든 배
류미야
전복된 배 한 척 사장(沙場)에 박혀 있다
급물살 헤치며 늠름하던 이물과
능숙히 물목을 잡던 삿대는 부서지고
부끄럼도 잊은 채 허옇게 드러낸 배
어안(漁眼)이 벙벙한지 눈도 껌뻑 않는다
갑판엔, 저벅거리며 돌아다니는 햇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비춰보며
푸르게 반짝이던 물비늘의 시간도
오늘은 숨을 죽이고
곤한 잠에 들었다
난생처음 닻을 내린 항구는 평화롭다
더 이상 눈물바람의 이별은 없으리라
불 꺼진
물고기 잔등
꽃무지개 한 송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63 |
눈-최경희
![]() | 미주문협 | 2021.01.19 | 7 |
462 |
정국희-일상의 길목
![]() | 미주문협 | 2021.01.04 | 13 |
461 |
손명세-거리두기
![]() | 미주문협 | 2020.12.21 | 12 |
460 |
김동찬-나무
![]() | 미주문협 | 2020.12.02 | 12 |
459 |
조춘-바위의 침묵
![]() | 미주문협 | 2020.11.16 | 59 |
458 |
이성렬-종달새
![]() | 미주문협 | 2020.11.02 | 24 |
457 |
송인자-싱싱한 언어를 찾아서
![]() | 미주문협 | 2020.10.16 | 16 |
» |
류미야-잠든배
![]() | 미주문협 | 2020.10.02 | 14 |
455 |
웃음회식-류병숙
![]() | 미주문협 | 2020.09.16 | 18 |
454 |
김호길-하루에 시 한편
![]() | 미주문협 | 2020.09.04 | 29 |
453 |
성백군-숨막히는 거리
![]() | 미주문협 | 2020.08.20 | 20 |
452 |
박영숙영-창안과 창밖
![]() | 미주문협 | 2020.08.03 | 13 |
451 |
김원각-글 쓸 때가 더 기쁘다
![]() | 미주문협 | 2020.07.16 | 46 |
450 |
이창범-연어의 강
![]() | 미주문협 | 2020.07.02 | 15 |
449 |
한혜영-큰소리 뻥뻥
![]() | 미주문협 | 2020.06.16 | 12 |
448 |
홍순복-수제비
![]() | 미주문협 | 2020.05.30 | 47 |
447 |
이신우-신전
![]() | 미주문협 | 2020.05.02 | 25 |
446 |
김호길-사막시편
![]() | 미주문협 | 2020.04.17 | 28 |
445 |
손명세-눈색이꽃
![]() | 미주문협 | 2020.04.02 | 20 |
444 |
박영숙영-인생은 달리기
![]() | 미주문협 | 2020.03.15 |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