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희-몽돌을 읽어보다
2018.02.16 12:32
몽돌을 읽어보다
유봉희
찰랑이는 물가에서
돌들은 하나같이 둥그러지고 있었다.
살아 온 내력이 같아서인지
둥글게 사는 것이 한 생의 목표인지
누가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을까
몽돌은 저마다 색과 무늬를 입고 있다
소금기 절은 상처가 제 무늬로 떠오르기까지
바람과 파도는 얼마나 긴 시간을 치유의 입술로 보냈을까
그 아득한 걸음 문득 엄숙해져
사열대 지나 듯 돌밭을 걷다가 돌 하나 집어 들었다
몸통엔 파낸 듯 알파벳글자와 흘림 철자가
뒤 암반에는 수사슴 한 마리가
선사시대를 뛰어 넘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어느 멀고 먼 시간 넘어서
어떤 이가 보낸 메시지인 것 만 같아
마음은 금방 날아오를 날개 짓으로 부풀어 오르지만
내 어리석음은 바다 깊이로 내려 앉아 있고
나의 지혜는 물 위에 살얼음 같아서
건너 갈 수가 없구나
돌의 둥근 모양을 감싸며 눈을 감는다
다시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먼 듯 가까운 듯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6 | 정국희-다음 생이 있다면 | 미주문협 | 2018.08.16 | 90 |
405 | 안규복-겨울 수문가에서 | 미주문협 | 2022.01.01 | 90 |
404 | 검은 고드름 / 정어빙 | 미문이 | 2007.09.28 | 91 |
403 | 박영숙영-인생은 달리기 | 미주문협 | 2020.03.15 | 91 |
402 | 이만구-박꽃 | 미주문협 | 2021.02.18 | 91 |
401 | 사랑한다면 / 석정희 | 미문이 | 2008.12.17 | 92 |
» | 유봉희-몽돌을 읽어보다 | 미주문협 | 2018.02.16 | 92 |
399 | 전희진-노인 | 미주문협 | 2019.03.01 | 92 |
398 | 4월-박윤수 | 미주문협 | 2022.02.02 | 92 |
397 | 차신재-내잔이 넘치나이다 [2] | 미주문협 | 2017.12.02 | 95 |
396 | 지희선-사랑의 형벌 | 미주문협 | 2018.05.14 | 95 |
395 | 이송희-사우思友 | 미주문협 | 2021.09.16 | 95 |
394 | 데스벨리 소고 / 안선혜 | 관리자_미문이 | 2012.06.05 | 96 |
393 | 조춘-연꽃 | 미주문협 | 2017.07.29 | 97 |
392 | 고현혜-무엇을 노래하든 | 미주문협 | 2018.12.20 | 97 |
391 | 내 고향 매천동 / 최상준 | 관리자_미문이 | 2012.10.15 | 98 |
390 | 현원영-인생길 | 미주문협 | 2019.03.14 | 98 |
389 | 폭포소리 / 김인자 | 미문이 | 2008.10.10 | 99 |
388 | 오연희-박제의 시간 | 미주문협 | 2019.04.01 | 99 |
387 | 그 남자 / 정국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9.10 | 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