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꿈 -강인한

2011.03.03 10:26

한길수 조회 수:321 추천:18



이 거리에 처음 와 보았으나 언젠가 나 여기 왔었다 조붓한 샛길을 돌아 삐걱이는 마루 소리 꿈결이듯 들리는 곳, 저 건너 金閣寺가 보이는 이 집 마루 끝에 누가 서 있었다 내 이름을 가만히 두 번 부르며 숨던 그 치맛자락 저기 꽃구름으로 풀어지고 있는가 봄날은 비단 허리띠처럼 길어 호르르 호르르 새 점을 치는 노인이 그 때 저쪽에 앉아서 내 전생을 읽어주고 치렁한 햇살이 따라 읽고 내 점괘를 웃음으로 짚어가던 그 누에나방 같은 눈썹은 어디로 갔을까 눈감고 열 걸음쯤 뒤따르다가 비틀거리다가 내 손에 쥐어진 것을 펴보았을 때 깃처럼 보얀 꽃잎, 아 그것이 벚꽃이던가 복사꽃이던가 꽃나무는 보이지 않는데 바람결에 분분한 낙화 가늘한 손가락으로 튕긴 한 줄 현의 떨리는 음정, 높다란 추녀 끝에 닿아 흰 손가락엔 꽃잎 같은 피가 맺혔다 분홍의 살 냄새 아지랑이로 숨막힐 듯 글썽한 눈을 들어 바라보는 놀빛 저 멀리 학이 날아가는 모습 하늘에 떠 있었다 본명 강동길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주고등학교, 전북대학교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2년 전남문학상 시집으로 <異常氣候>, <불꽃>, <全羅道詩人>, <우리 나라 날씨>, <칼레의 시 민들>, <황홀한 물살> 등 신춘시 동인(16집~19집), 목요시 동인, 현재 원탁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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