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퍼즐 -한혜영

2011.03.13 10:54

한길수 조회 수:294 추천:26



주일날 아침에 듣는 미사종 소리처럼 언 강이 풀린다 겨우내 어긋나 있던 대지의 관절을 맞추며 깔깔대는 바람과 햇살, 기다렸던 콘닥터의 손이 마침내 떨어지고 봄의 서곡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땅의 침샘마다 해맑은 리듬이 흘러든다 막혔던 실핏줄들 예서 제서 터진다 봉긋봉긋 부푸는 꽃봉오리에 벌써 신발끈 단단히 동여맨 감당도 못할 뜬소문이다 그 소문 화끈화끈 귓속으로 흘러들지만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자꾸만 빗살에 엉기는 이 연두빛, 아직은 살이 연해 부스러지기 쉬우니 종종종, 몸이 가벼운 새들만 밟아가라 한다 봄의 요정들이 링거 그 달디단 영양의 침을 잔뿌리마다 꽂으며 제게 각각 알맞은 빛의 고깔모자를 주문한다 '얘들아, 얼굴에 닿는 햇살이면 어느 것 한줄기라도 꼬옥 잡아야한다' 탯줄처럼 긴 하품을 늘이며 이제 막 열리는 꽃자궁, 지상의 것은 어느 거라도 도저히 숨었을 수가 없어서 동굴 안은 저렇듯 환하다 겨울 동안 마구 헝클어졌던 퍼즐의 밑그림이 확연히 되살아나고 있다. 1989년 <아동문학연구> 동시조 당선 1994년 <현대시학> 시 추천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퓨즈가 나간 숲' 당선 1998년 <계몽문학상> '팽이꽃' 장편동화 당선 2004년 <시조월드 문학대상 ><한국 아동문학 창작상> 수상 시조집 <숲이 되고 강이 되어>, 장편소설 <된장 끓이는 여자>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장편동화 <팽이꽃>, <뉴욕으로 가는 기차> <비밀의 계단>, <붉은 하늘>, <날마다 택시 타는 아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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