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 -권혁웅

2011.04.03 10:22

한길수 조회 수:471 추천:24



문 열고 들어온 바람에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는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먼 데서 타오르는 환희 성좌란 백 원에 스무 개씩 하던 사등성들의 묶음, 떨어진 재를 달무리처럼 두른 채 희미하게 빛나곤 했지 검버섯이 보이는 피부야말로 얼굴이 흉내 내는 저녁 하늘이어서 이마의 백발은 지우개가 지나간 흔적이고 미간의 주름은 6B연필로나 따라잡을 수 있지 그 선을 따라가면 도장밥 묻은 얼굴을 만질 것도 같고 천식처럼 피어나는 손끝에 닿을 것도 같은데 문 열고 들어온 바람에 할머니는 연기가 되어 날려 갔다 이십8수(二十八宿) 한구석에 자리한 조수(趙宿)와 무수(戊宿)와 길수(吉宿), 그리고 주변에 둘러선 방년 열일곱의 별들 거기가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다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 당선 1997년 문예중앙 시부문 당선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저서로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시적 언어의 기하학>,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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