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2011.04.13 10:54
작은 발을 쥐고 발톱을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1960년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졸업 중앙대학교·서일대학 문예창작학과, 서울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시간강사 역임 인천 재능대학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역임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조교수 1981년 {詩文學} 전국대학 문예작품 공모 시 당선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8년 1천만원 상금 [KBS 방송문학상] 중편소설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1991년 문예진흥원 제정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1993년 총동문회 제정 서라벌문학상 신인상 수상 2002년 제2회 지훈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등 다수 평론집 <한국의 현대시와 풍자의 미학>, <생명 옹호와 영원 회귀의 시학>, <한국 현대시 비판> 등 다수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산문집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헌책방에 얽힌 추억>, <빠져들다> 등 다수 편저 <한국현대 대표시선>, <송욱>, <2002년 오늘의 좋은 시> 등 시 해설서 <백 년 후에 읽고 싶은 백 년의 시> 등 ▷ 자료출처 : www.poet.or.kr/l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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