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여자 -정한용

2011.04.13 10:56

한길수 조회 수:318 추천:16



모래가 있다는 모래에 묻힌 여자가 발굴되었다는 지도가 복원되었다는 아베고보 씨의 메일을 받고 新宿으로 날라갔다 진눈깨비 섞인 눈발이 골목 가득했다 눈은 땅에 닿기도 전에 녹아 여자의 이마를 핏물로 흘러내렸다 여자는 오히려 공범처럼 눈가에 젖은 모래를 털어내더니 수많은 인파에 녹아 흔적없이 사라졌다 뒷모습이 꼭 빗속을 날아 풀잎 사이로 몸을 숨기는 흰 나비 같았다 우리는 미처 '안녕'이라고 말할 틈이 없었다 거기에서 길이 끊어졌기 때문에 모래도 나비도 이미 내가 잡을 수 없이 멀어져 있었다 그로부터 한참 후 내가 다시 여자를 만난 건 주문진에서 였는데 어시장 난전을 기웃대다가 돗치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맞아, 여기도 모래언덕이 있지... 새로 뚫린 고속도로 속초 쪽으로 길 끝나는 곳 구릉을 넘으면서 왼편 바다 소나무숲 사이 마지막을 슬쩍 지우기 좋은 곳 바다는 붉게 적멸을 깔아놓기 시작했다 여자가 갑자기 말했다 그건 돗치가 아니라 심퉁이야, 심술보가 볼따구니에 통통하잖아 그리곤 다시 모래로 푸른 사막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1958 충북 충주 출생 경희대에서 박사학위 1980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1985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을 시작 저서로 [민족문학 주체논쟁] (1989 편저),[슬픈 산타 페](1994 시집),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1995 평론집), [나나 이야기](1999 시집) 등 현재 <정신과 표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편집위원 인터넷 문학동인회 [빈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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