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세공사 -권지현

2011.10.13 09:32

한길수 조회 수:653 추천:32



활활 타는 불덩이 속으로 그가 쇠막대를 집어넣는다 형광빛 불덩이로 동그랗게 끌려나와 핀셋으로 끌어내고 손끝으로 다독인 잔은 빛을 만지던 손자국 금을 품고 매끄럽고 타지 않고 잠시 녹아서 손끝, 후욱 부는 숨결로 자리 넓히는 불길 하늘 한 끝에서 주르륵 미끄러든다 두근거리는 마지막 손길에 반들반들 윤나게 닦인 잔처럼 한순간 깨어질 수 있다면 쨍그랑 깨어날 수 있다면 그의 손에 반죽처럼 올려져 올록볼록 찰랑거리다 사르륵 머리 위에서 색을 뒤엎는 수만 빛 샹들리에, 손자국이 유리잔에 일렁인다 국민대학교 국문학과 및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국민대학교 국문학과 박사 2006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1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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