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2009.01.27 09:57
99번 북쪽 베이커스 필드 초입 갓길
나무 십자가 곁에 세워놓은 꽃다발
누군가 가던 길 다 가지 못하고
생의 종점 그어 놓은 검은 흔적
누군가 마지막 어떤 생각 했었을까
밥 한 끼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거나
별 지는 숲속 야영하고 싶은 소망이
꽃가지 어깨 매달려 흐느껴 바람이 분다
심지 굳은 만남도 때로 영영 헤어지듯
영혼조차 믿음과 소통하지 못할 때
떠나는 것이 돌아온다는 약속 아니듯
만남마다 얼마나 많은 맹세 했을지
알지 못하는 누군가 돌아오지 못한다
삶의 생생함도 책장 덮어 놓은 것처럼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으로 지나갈 뿐이다
정신없이 지나쳐온 어리석고 이기적인 나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깨우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 소중한 친구들 떠올리며
이정표에 새기자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포옹하며
내가 본 꽃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떠나오던 새벽이 돌아가는 저녁과 다른
검은 휘장 자국으로 남기고 떠난 부음
가로수 등 훤한 길 따라 집에 가는 길
<빈터> 제 6집 동인지 '나무심'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0 | 상처에 대한 편견 | 한길수 | 2010.10.21 | 730 |
109 | 호우예비특보 | 한길수 | 2010.10.08 | 561 |
108 | 수상한 거래 내역 | 한길수 | 2010.08.30 | 582 |
107 | 달 속의 전설 | 한길수 | 2010.07.01 | 691 |
106 |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정지용 - '향수(鄕愁)' | 한길수 | 2010.05.18 | 852 |
105 | 경동맥 해면정맥동루 | 한길수 | 2010.05.17 | 899 |
104 | 긴 꼬리 철조망 | 한길수 | 2010.02.23 | 696 |
103 | 시치미 떼는 일 | 한길수 | 2010.01.07 | 767 |
102 | 민달팽이 무덤 | 한길수 | 2009.12.30 | 758 |
101 | 준 글룸(June Gloom)* | 한길수 | 2009.12.30 | 846 |
100 | 옹이 | 한길수 | 2009.10.29 | 899 |
99 | 카지노 2 | 한길수 | 2009.06.23 | 845 |
98 | 카지노 3 | 한길수 | 2009.09.12 | 843 |
97 | 구두 한 켤레 | 한길수 | 2009.07.06 | 921 |
96 | 로디움 만물시장 | 한길수 | 2011.04.27 | 796 |
95 | 만장(輓章) | 한길수 | 2009.05.29 | 847 |
94 | 카지노 1 | 한길수 | 2009.04.08 | 840 |
» | 누군가 | 한길수 | 2009.01.27 | 821 |
92 | 고향 아저씨의 이민 | 한길수 | 2009.01.27 | 956 |
91 | 사라진 배는 어디서 잠들까 | 한길수 | 2008.12.10 | 9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