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글룸(June Gloom)*

2009.12.30 06:35

한길수 조회 수:846 추천:93



평온 잃는 변덕의 유월 같은  
흐린 구름 한 자락 흘러들더니
비틀거리는 취중걸음으로
비나 시원하게 뿌리고 가련만
죄 없는 멀쩡한 사람 머리에다
번개 문신 새겨 잠들게 하고
벌겋게 익은 부상자 속출하더니
구월의 이불에다 지도대신
산불 놓고 도망가는 저 걸음이라니  

담보로 벌린 옷 가게에 목숨 건
바라보는 가족의 빛나던 눈망울
준 글룸 같은 침체의 서늘한 한파
타는 입술에 핀 붉은 꽃 선명한데
지축도 없이 흔들리는 상가는
파격세일 홍보에도 지출만 들어
웅크려진 어깨 밑으로 떨어지는
눈물로는 산불이 진화되지 않는다

* '준 글룸(June Gloom)'; 북서풍의 영향을 받은 저기압이 내륙으로 움직이면서 습하고 차가운 날씨가 만들어지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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